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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의 시너지 효과?-송원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정책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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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5-07-14 12:29 조회2,6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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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을 처리할 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합병안 찬성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합병이 무산되면 두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 단기수익률이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제기한 두 건의 소송에 대해 이미 법원은 삼성물산 손을 들어주었다. 합병비율 산정도 문제가 없고, 표 대결을 위해 케이씨씨(KCC)에 넘긴 자사주(5.76%)도 위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물산도 이 합병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장기 기업가치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3세 승계를 위한 합병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주장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1997년 외환금융위기가 재벌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총수 전횡의 후진적인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자, 삼성을 포함해 재벌들은 ‘계열사 통폐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한 사업구조조정을 앞다투어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규제가 느슨해지자 다시 계열사를 분리하거나 신설(인수)함으로써 총수 지배력을 확대하는 일을 반복했다. 최근 2~3년간 진행된 삼성 재벌 내 사업부 이관이나 계열사 통폐합도 겉으로는 ‘사업부 간 시너지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지만 이는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기획이었을 뿐이다. 달리 말하면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높인다는 이야기는 늘상 되풀이해왔던 허울 좋은 명분이었던 것이다.

 

둘째,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라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번 합병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 시너지는 아마 제일모직 레저, 바이오 분야의 대규모 신규 건설 투자를 통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굳이 합병을 하지 않고도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서 그동안 익히 해왔던 방식이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 글로벌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시너지 효과도 의문이다. 서로 다른 사업영역이나 계열사들을 합칠 때는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하고, 계열사를 분리시킬 때는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그만이다.

 

셋째,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힘에도 이 합병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혹은 주주 가치가 높아진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앞서 말한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창출될 때 가능하다. 3세 승계를 통한 지배력 확대가 예상되는 현재로서는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거니와, 설령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 해도 그것이 주가에 반영되고 합병기업의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지는 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배당성향을 높이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해 주주 대표를 참여시키겠다는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주가를 부양해 주주들의 수익성만을 보장해주는 주주가치 경영은 경영자는 말할 것도 없고,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총수 전횡의 기업경영을 규율할 수 없다. 그동안 삼성 재벌이 사회에 약속한 내용들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이 있었던가?

 

요컨대 이번 합병의 ‘제한적’인 시너지 효과는 단순한 외형 확대에서 오는 것일 뿐이며, 그것이 장기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장기수익률 운운하던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단기수익률 하락을 이유로 의결권행사위원회 없이 방침을 정한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국익과 민족주의 감정을 이용해 삼성이 외국 투기자본 공격의 희생자이며, 투기자본 때문에 자본시장이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호도하는 주장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송원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정책연구위원 /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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