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2016-6-28_2] 반올림 소식 : 삼성이 응답하지 않는 날들, 변화를 만들어 가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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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7-06-28 14:10 조회2,150회 댓글0건본문
삼성이 응답하지 않는 날들, 변화를 만들어가는 날들
이상수(반올림)
6월 25일 일요일, 반올림 농성 628일차가 지나고 있다. 대화는 여전히 단절된 상태이고, 반올림의 사과 보상 요구에 삼성이 응답하지 않는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촛불을 계기로 여러 사회문제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삼성직업병 문제도 그렇다. 올 상반기에는 상황변화를 보여주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재용이 구속돼서 재판이 진행중이고, 대통령과 여당은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협약에 서명했다. 법정이 더 신중하게 판정을 내리면서 산재를 인정받는 질병과 피해자가 늘고 있다. 산재인정을 뒤집으려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도 약해졌다. 국내외 많은 언론들이 삼성직업병 문제를 조명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삼성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사람들이 이제 ‘삼성직업병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은 이재용을 지키기 위해 재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검의 기소내용 일부라도 무력화하기 위해 초호화 변호인단을 동원해 노력중이다. 최지성, 장충기 같은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이재용의 죄까지 대신 치를 준비도 되어있는 듯하다. 친삼성 언론들도 온 힘을 다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를 도배하는 이런 언론들만 보면 이재용이 곧 풀려날 것만 같다.
하지만, 문형표와 홍완선에 대한 2년 6개월 실형 선고가 보여주듯, 재판울 둘러싼 상황이 삼성에게 녹록치는 않다. 이재용의 범죄는 국정농단 사태 전체와 긴밀히 얽혀있다. 이미 드러난 진실이 거대해서 앙상한 법리로 덮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1심 선고는 8월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이 사회적 분노를 무마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반올림에겐 바쁜 날들의 연속이다. 몇 달의 촛불이 끝나자마자 대선이 이어졌다.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반올림과 안전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의 집중 활동이 있었고,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안전을 위한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노총, IPEN 같은 국제단체들과의 활동도 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며칠 전 6월 20일, 국회에서 상영한 직업병 피해자 영상 ‘클린룸 이야기’는 6개국어로 번역되어 직업병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매 주 하루는 이재용 재판을 방청하고 있다. 예전에는 직접 보기 힘들었던 이재용과 최지성, 장충기를 만나 ‘왜 책임을 안 지느냐’, ‘삼성직업병 해결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황상기 아버님과 혜경씨, 김시녀 어머님은 이들을 볼 때마다 분노를 참기 힘들어 하신다. 왜 아니겠나. 이들이 죄 값을 온전히 치르도록 지켜볼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매주 목요일 저녁 이어말하기는 올 여름 반올림의 가장 중요한 일상 활동이 될 것이다. 긴 투쟁을 시작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불법위장도급이 아니라 삼성의 노동자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한 낮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다. 곧 열대야로 밤잠을 이루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때가 농성하기 가장 힘든 시기라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다. 얼음팩과 선풍기, 냉커피가 간절해지는 시기이고, 그보다 더 함께 해 줄 사람들이 더 간절해지는 때이다. 600일을 넘은 농성 기간만큼 고마운 이들이 늘고 있다. 일상의 일부를 농성장에 내어주고 있는 지킴이들, 올 여름을 청년인턴으로 반올림과 함께 하려는 분들, 반올림과 의미있는 활동을 모색하는 단체들이 있어 올 여름도 잘 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둘씩 늘어난 꽃과 화분이 농성장 곳곳에 놓여있다. 농성장 뒤 켠 큼직한 스티로폼 화분에는 오이와 고추, 방울토마토가 쑥쑥 자라고 있다. 얼마 전부터 농성장에 자리 잡아 가끔씩 모습을 보여주는 아기고양이 올림이와 내림이까지. 늘어난 식구들로 농성장은 오늘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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