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이 한국사회에 던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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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12-03 15:01 조회2,4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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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이 한국사회에 던진 의미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연속 기고②]
[0호] 2014년 12월 03일 (수)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hanee@mediatoday.co.kr
삼성을 종합적으로 다룬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이 출판되었습니다.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은 한국 최고의 기업이면서 가장 어두운 얼굴, 비리와 불법의 대명사인 삼성의 면면을 분석한 책입니다. 이에 삼성과 맞서 싸워온 단위들(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 금속노조 삼성지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은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발간을 기념해서 2014년 삼성투쟁을 되돌아 보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2014년 삼성과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 및 삼성쟁점들을 다시 정리하는 한편,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을 알리면서 한국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가 2015년 이건희 사후의 삼성을 고민하기 위한 글을 연재합니다. 또한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 선택>을 출간을 기념하며, 그동안 삼성과 싸워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북콘서트-삼성, 바로보다-가 "국민TV 지하카페(합정역 부근)"에서 열립니다.<편집자 주>
2014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삼성의 무노조 76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물론 그 전에 삼성일반노조와 에버랜드 노동자들로 구성된 삼성지회가 있었지만 노동조합이 주체가 되어 삼성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이 특히 의미가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해 7월 14일 386명의 조합원이 모인 자리에서 노동조합 출범식을 가졌다. 그리고 열흘 후 7. 24.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원청과 각 협력업체에 교섭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원청과 협력업체는 모두 무시로 일관했다.
오히려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은 노조활동이 활발한 센터에 본사 인력을 투입하여 조합원들의 일감을 빼앗는 방식으로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 하였다. 그리고 소위 ‘표적감사’라 하여 조합원들을 상대로 전면 감사를 실시하면서 무리하게 징계하기도 하였다. 이런 노조탄압 과정에서 2013년 10월의 마지막 날, 천안 최종범 조합원이 “그 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염호석 노동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에 참석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삼성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열사투쟁 국면을 맞이하여 삼성의 노조탄압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결의하고 극심한 추위 속에서도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투쟁을 이어갔다. 조합원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다. “노동조합 인정하라”, “건당수수료체계 폐지하고 기본급을 지급하라.” 노동조합 결성권은 대한민국 최상위법인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고, 대기시간과 업무준비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성수기와 비수기에 임금격차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는 살인적인 건당수수료체계를 월급제로 바꿔달라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요구였다. 그런데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은 이러한 노동자들이 서초동 본관 앞에서 며칠 밤을 세우며 호소해도 들은 채 만 채였다.
그러던 중 또 한 번의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월 17일 또 한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 염호석 조합원이었다. 그는 부모님에게 남긴 유서에서 자신의 시신을 안치한 후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이 승리하는 날 그 때 정동진에 화장해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경찰은 장례식장까지 밀고 들어와 조합원들을 강제 진압하고 시신을 탈취해가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또 한 번의 열사투쟁과 그에 따른 대기업 삼성의 위기를 국가공권력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굴하지 않고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총파업투쟁을 선언한다. 신규 조합 가입률도 이 시기 급격히 상승하였다. 노동자의 권리는 국가와 기업이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모두가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그리고 결국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2014. 6. 28. 삼성과 단체협상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협력업체들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영자총협회와 맺은 것이지만 그 실질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원청과 교섭을 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로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무노조 동토인 삼성에서 처음으로 단체교섭을 체결한 노동조합이 되었다. 기본급 쟁취와 노조인정 및 열사들에 대한 삼성의 사과라는 성과를 얻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한계는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선 형식적인 교섭상대방이 협력업체들을 대리하는 경총이었다. 이는 현재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쟁점으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법원 판결 전에 원청 사용자로서 교섭에 공개적으로 나설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국 모든 센터가 일괄적으로 단체협상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차후 센터별 단체협상의 기준이 되는 기본협약안을 작성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한편 기본급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높이는 것과 원청 사용자성의 공식적인 인정 등은 앞으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쟁취해야할 과제이다.
최근 삼성이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을 매각한다고 발표한 이후 두 사업장 모두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일각에서는 자신들의 처지가 불안해지자 이제야 노조를 만든다며 백안시하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비판이다. 노동조합은 본래 노동자가 열악한 자신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결성하는 것이다. 즉 노동조합은 노동자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낄 때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노동조합이야말로 노동조합 본연의 목적과 의의에 정확히 맞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문제는 노동자 스스로가 근로조건 개선의 필요성, 기본권 수호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노동조합이라는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이렇게 볼 때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노동조합은 주체적으로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을 통하여 이제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 경영철학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반노조 정책은 헌법 제33조에 명시된 노동3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국민행복을 최고 가치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여 결국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함으로써 국가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다. 이러한 점들을 삼성이 인식하고 모든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그 때부터 우리 사회의 노동권과 국민 복지는 급격히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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