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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변화의 명령 앞에 선 삼성, 과거가 미래를 잡아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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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12-09 12:52 조회2,4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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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명령 앞에 선 삼성, 과거가 미래를 잡아먹을까?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연속 기고④]
[0호] 2014년 12월 04일 (목) 이병천 강원대 교수 hanee@mediatoday.co.kr
삼성을 종합적으로 다룬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이 출판되었습니다.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은 한국 최고의 기업이면서 가장 어두운 얼굴, 비리와 불법의 대명사인 삼성의 면면을 분석한 책입니다. 이에 삼성과 맞서 싸워온 단위들(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 금속노조 삼성지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은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발간을 기념해서 2014년 삼성투쟁을 되돌아 보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2014년 삼성과 싸워온 사람들의 이야기 및 삼성쟁점들을 다시 정리하는 한편,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을 알리면서 한국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가 2015년 이건희 사후의 삼성을 고민하기 위한 글을 연재합니다. 또한 <위기의 삼성과 한국사회 선택>을 출간을 기념하며, 그동안 삼성과 싸워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북콘서트-삼성, 바로보다-가 "국민TV 지하카페(합정역 부근)"에서 열립니다.<편집자 주>

국민들의 시선이 또 삼성에 쏠리고 있다. 삼성이 다시 한번 ‘변화’의 도전앞에 섰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삼성재벌의 영욕의 역사에서 새롭게 거듭나도록 요구받은 때가 한 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번의 도전은 또 남다르다. 삼성의 미래가 큰 불안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 불안 속에서 국민들은 삼성의 전향적 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갖고 있는 것같다. 이건희 이후의 삼성을 국민들은 그런 이중적 ‘느낌’으로 쳐다보고 있다.

삼성은 단지 하나의 재벌그룹이 아니다. 그야말로 한국 정치경제 작동의 꼭대기를 틀어쥐고 그 경기규칙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슈퍼 재벌, 갑중의 갑 재벌이다.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말했듯이, 돈이 돈을 낳고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그리하여 과거가 미래를 잡아먹는 한국스타일의 ‘세습자본주의’의 대표자인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근 모습 ⓒ 연합뉴스

한국경제와 사회는 삼성의 볼모로 잡혀 있다 할 만큼 쏠림과 의존도가 심하다. 삼성이 잘못 돌아가면 좋든 싫든 그 불안과‘시스템 리스크‘는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삼성이 한편으로 한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일류기업이면서 다른 한편 온갖 불법과 비리, 초법적 작태를 저지르고 이익은 특히 총수가족이 대대로 사유화하되 비용은 여타 이해당사자와 사회에 전가하는 무책임하고 천민적인 행태를 보여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적어도 세가지 도전 앞에 직면해 있다. 첫째, 중국발 ‘어닝 쇼크’다. 둘째,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문제다. 셋째, 노동자, 협력업체 등 이해당사자 들과 관계를 재설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 세 가지 도전은 모두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그리고 각기 별개가 아니라 서로 밀접히 얽혀 있기도 한 과제다. 삼성은 이 무거운 변화의 도전 앞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까.

먼저 중국발 위기를 생각해 보라. 샤오미는 小米, 즉 좁쌀인데 창업 4년차인 중국의 좁쌀같은 신생 벤쳐가 한국의 공룡같은 슈퍼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물론 추격이 매우 용이해진 기술 패러다임상의 조건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개방성, 협력, 공유, 책임과 같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탈것이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이런 도전을 이렇다 할 아무런 경영 능력을 보여준 적 없는 이재용이 과연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또 지금 삼성 SDS 상장이 이재용 오누이에 가져다주는 거대한 차익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방식으로 3세 경영이 순탄하게 안정화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백혈병, 무노조경영 등을 나 몰라라 하고서 과연 국민들 앞에 이건희 이후 삼성이 새롭게 거듭났다고 떳떳해할 수 있을까. 잘못되면 이재용의 삼성은 이건희 시대의 낡은 유산과 ‘과거 적폐’만 물려받고 이건희 체제보다 더 못한 상태가 될 위험이 있다.

삼성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그 앞의 난관은 첩첩 산중이다. 과연 삼성은 더러운 과거 적폐와 굴레를 그대로 뒤집어 쓴 채 중국의 추격 위협 앞에 쓸쓸히 밀려 날것인가. 아니면 한국형 세습자본주의의 대표자라는 불명예와 굴레를 벗어던지고 21세기 일류 현대기업,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명실상부한 선진 기업으로 거듭날까. 분명 삼성이 지난 날처럼,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건 쉬운 길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길은 예전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 삼성은 선택해야 하며, 새롭게 거듭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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