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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 루게릭 병 걸린 삼성서비스 기사, 산업재해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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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10-20 21:42 조회2,6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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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걸린 삼성서비스 기사, 산업재해 신청
20년 삼성서비스 수리기사 이현종씨, 납땜과 유기용제 다뤄
[0호] 2014년 10월 20일 (월) 이하늬 기자 hanee@mediatoday.co.kr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근무하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에 걸린 서비스 수리기사가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가 희귀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20년간 근무한 이현종(43)씨는 20일 오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에 따르면 이씨는 1993년 삼성전자서비스 동대전센터에 입사해 줄곧 내근직 수리기사로 근무했다. 주요 업무는 청소기, 선풍기, 전자레인지, 전화기, mp3 등 가전제품 수리였다.

이들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초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등의 일이 생겼고, 그해 가을 루게릭병 확정 판결을 받았다. 루게릭병은 서서히 몸이 굳다가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1년에 10만 명 당 약 1~2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씨는 모든 근육에 마비가 왔고, 눈동자만 간신히 움직이는 상태이다.

루게릭병의 발병 요인은 다양하지만 납, 수은 등의 중금속과 유기용제, 전자기장 등의 노출에 의해 발병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근로복지공단은 13년간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중금속과 유해가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강아무개씨에게 산업재해 판정을 내렸다. 당시 역학조사에서도 전문위원 8명 중 6명이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20년간 근무한 이현종(43)씨가 20일 오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산재 신청 이전에 노동조합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20년간 근무한 이현종(43)씨가 20일 오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산재 신청 이전에 노동조합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하늬 기자

앞서 2007년 부산지법 행정법원은 조선소에서 20여년간 용접공으로 일하다 루게릭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당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구체적인 발병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용접업무 등을 하면서 납에 노출돼 체질 등 기타요인과 함께 작용, 루게릭병에 걸린 것으로 미루어 판단된다”고 판결했다.

2001년에는 전자파 노출에 의한 루게릭병 발병도 인정됐다. 12년간 전기기술자로 근무한 노동자에 대해 “전자기장에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에 대한 환자-대조군 연구와 코호트 연구 결과로 전자기장에의 노출이 (루게릭병의) 새로운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업무와 발병의 연관관계를 인정했다.

노조와 담당 노무사 등에 따르면 이씨는 중금속, 유기용제, 전자기장, 세 가지 모두에 노출됐다. 가전제품 수리기사들의 업무는 크게 세척-납땜-세척으로 이뤄지며, 먼저 세척 과정에서 시너, IPA 등 유기용제가 사용된다. 최진혁 노무사는 “(이씨가)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밀폐된 반지하의 작업공간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납땜 업무 과정에서 납 노출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업무 환경에서 일했지만 실제 보건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현장 노동자는 증언했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안전교육은 서류에 서명하는 게 전부였다”며 “어떤 유해물질을 다루는지, 위험한 물질인지 설명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 21만건 위반으로 삼성전자서비스를 고발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다뤄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노동자들부터 그 제품을 수리하는 기사들에게도 비슷한 직업병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또 노조는 이씨 외에도 뇌출혈, 백혈병, 백반증, 루프스( 자가면역질환으로, 인체 외부로부터 지키는 면역계의 이상으로 오히려 면역계가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현상이 특징인 질병) 등에 걸린 기사들도 있다며 향후 산재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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