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 신사업에 백혈병이 어울리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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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7-02 14:16 조회2,648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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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바이오 신사업에 백혈병이 어울리나?"
[시사인] 2014-06-23 5579자
삼성은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삼성이 드리운 어둠은 빛이 있으면 으레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인지 불법 로비ㆍ불법 승계 의혹도 검찰-특검-법원을 거치면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어둠도 70여 년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노조가 필요 없을 만큼 복지에 충실하다는 이면에는, 노조 설립을 막으려는 해고와 감시가 뒤따랐다. 지난해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내부 문건은 무노조 경영 뒤에 감춰진 삼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건희 체제 이후에도 무노조 경영은 지속될 것인가? 노동ㆍ시민사회계에서 '대(對)삼성 최전방 공격수'로 통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돈문 교수(가톨릭대 사회학과)는 2008년 이병천(강원대)ㆍ송원근(경남과학기술대) 교수와 함께 를 펴냈다. 지난해 말부터 노동ㆍ사회ㆍ문화ㆍ경제 분야를 아우르며 진보적인 학자들과 여섯 차례에 걸쳐 삼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발표 주제만 밝히고, 발표자들끼리도 토론회 직전까지 발표 내용을 서로 모르게 진행했다. 이 결과물을 모아 조만간 로 묶어낼 예정이다. 조 교수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반올림 소속 이종란 노무사는, 지난 7년간 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를 공론화해 삼성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주인공이다. 조장희 삼성노조 부위원장은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노조 설립 이후 곧바로 해고되었지만, 지난 1월 행정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조건준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육선전국장은, 현재 파업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지원하며 삼성과 물밑 협상을 벌이는 당사자다.
사회:단도직입으로 묻겠다. 이건희 체제 이후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변할 것으로 보는가?
조돈문:변할 수밖에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 체제와는 다른 CEO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남겨놓은 반도체나 휴대전화 시장 석권만으로 '이재용 시대'라고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의료바이오 같은 신수종 사업을 추진 중인데, 삼성생명이 의료보험을 끼고 있는 데다 병원을 가지고 있고 IT 기술로 원격진료도 가능해서 장기적으로는 욕심을 내볼 만한 아이템이다. 그런데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사업 한편에 백혈병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킬링필드' 공장의 이미지가 있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업처럼 노동인권을 유린하면서 노동자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이미지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의료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가 없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경영권을 승계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본다.
사회:3세 경영 때 70여 년간 유지한 무노조 경영을 철회한다?
조돈문:먼저 용어부터 정리하면, 나는 '3세 경영'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본다. 소유권은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고 이전받을 것이다. 하지만 지분을 이전받는 것이 지배 경영권의 상속까지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분리하자. 3세 경영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한다. '3대 세습'이라는 표현이 지금은 더 적절한 것 같다. 지배경영권의 독점 세습과 무노조 경영 방침, 두 가지의 악습이 폐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3대 세습이라고 불러야 한다.
ⓒ시사IN 조남진 5월28일 삼성 백혈병 문제를 풀기 위해 삼성전자와 유가족ㆍ반올림 사이의 2차 교섭이 열렸다. 이날 삼성 측은 처음으로 '협상장 사진 취재'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이건희 체제 이후 부분적으로는 무노조 경영 전략이 바뀔 것으로 본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노조들이 만들어질 때, 재벌들의 대응 전략은 무노조에서 어용노조 신설로 바꾸었다. 삼성도 앞서 말한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을 금과옥조로 여기지 않고 어용노조를 키워서 손을 잡을 것이다.
이종란:삼성 백혈병 협상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5월28일 삼성 백혈병 문제를 풀기 위한 삼성전자와 유가족ㆍ반올림 사이 2차 교섭 때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예전에는 언론에 공개되는 걸 두려워했는데, 이번에 황상기씨가 "협상장을 잠깐 공개해 기자들이 한번 사진 취재를 할 수 있게 하자"라고 제안했더니 이인용 사장이 "그럽시다" 하면서 취재에 응했다.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지난해 회사 쪽 협상 위원들은 고압적이고 불손하기까지 했다. 한 번은 '돌아가신 분들 때문에 이 자리가 마련되었고 현재 투병 중인 분들을 대신해서 협상에 임하는 경건하고 숙연한 자리일 수도 있으니 최소한 묵념이라도 하고 협상을 시작하자'고 했더니, 회사 쪽 위원들이 "신념을 강요하지 말라"면서 퇴장했다. 이번 2차 교섭 때는 "지난해 회사 쪽 교섭팀이 제대로 처신을 못했다"라면서 협상위원을 일부 교체했다.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조돈문:삼성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변화가 아니라 외적 요인에 의해 강제된 변화라고 본다. 삼성 백혈병 문제는 사망자가 나오고 산재 소송이 진행되고 시민단체 반올림이 결합하면서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질 만큼, 반도체 산재 사망이라는 이슈가 계속 이어져갔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이어지면서 삼성이 반올림과의 협상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사회:현재 파업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도 삼성전자서비스와 물밑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건준: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한마디로 하청 사업장이다. 삼성전자 외주업체의 하청 사업장. 지난해 노조가 설립된 뒤 8월부터 전국의 서비스센터 사장들을 대신해서 경총이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 진척이 없는 와중에 지난해 10월 최종범 조합원에 이어 지난 5월 염호석 분회장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뒤 지난 5월20일부터 회사 쪽과 실무 교섭을 하고 있다.
사회:회사 쪽이라면 삼성전자서비스인가?
조건준:'S사'라는 표현도 등장한다(웃음). 회사 쪽에서 표본교섭을 제안했다. 전국에 흩어진 센터들 가운데 표본으로 몇 개를 뽑아 노사 협상을 하자고 했다. 물론 경총은 빼고. 물밑에서는 회사 측과 실무협상을 병행하고 있다('원청'이나 다름없는 삼성전자서비스 쪽이 협상에 직접 나선 셈이지만, 공식적으로는 교섭을 부인하고 있다). 이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조장희:외부에서 강제가 없다면 스스로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아직 변화가 없다. 노조를 만들기 전부터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막상 해고되고 보니 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삼성에버랜드는 2011년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그를 해고했다. 법원은 지난 1월 "비위행위에 비해 징계가 과도하고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삼성 노조를 소멸시키기 위해 조 부위원장을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삼성의 노사전략이 현장에서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노조의 세 확산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고사시키고 있다. 여전히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활동하는 경우는 나를 포함해 5명뿐이다.
조건준:노동 분야와 관련해 '삼성의 법칙'이 있다. 백혈병도 그렇고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파업도 그렇고 심각한 희생이 있어야 협상장에 나온다는 점이다. (무노조 경영의) 변화를 바라기보다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사회:그렇다면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도 이건희 체제 이후에 대한 대응책이 있을 것 같다.
조건준:삼성그룹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2011년 삼성 노조가 생겼을 때 민주노총에서 적극 지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솔직히 그러지 못했다. 노조를 처음 만들 때 소수가 시작해도 조합원을 엄청나게 늘려서 다수가 되는 그런 전략을 쓰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삼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이렇게 조직해야 한다, 당신들이 조직해 와라. 그럼 기다리겠다" 하는 방관적 태도로 일관했다. 그래서 삼성 노조는 1년 동안 상급단체가 없이 방황했다. 삼성이 두려워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당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업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이종란:최근에 이런 문의도 있었다. '삼성 직원인데 반올림 카페에 가입하면 혹시 민주노총에 가입되는 건가요?'라는.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되거나 탄압받는다는 공포감이 있는 것 같았다. 노동조합 활동을 비롯해 노동 3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삼성이 기본권을 빼앗아가며 공포감을 갖게 한 건 범죄행위다. 반올림은 삼성전자에 재발 방지 대책의 하나로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요구안도 제시했다. 삼성도 협상안을 가지고 오는 6월25일 3차 협상을 한다.
조장희:노조를 설립하고 이제 3년째다. 소수 노조로 신규 조합원 가입까지 이어지지는 않지만, '내가 힘들어지면 노조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 정신승리는 아닌데(웃음), 노조 자체가 생명력을 가지면서 (삼성이) 우리한테는 부당해고 등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반대로 비조합원 직원들에게는 법을 잘 지키고 있다(웃음). 우리가 버텨내면, 삼성에도 노동조합이 지속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확산될 것이다.
조돈문:지난해 11월 2년 가까이 준비해서 삼성 노동인권지킴이를 출범시켰다. 굳이 삼성의 문제를 다시 짚으면서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출범한 이유는, 이건희 체제에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건희 이후 체제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다. 3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가 적극 개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대안도 제시하고 과제도 주어야 한다. 솔직히 이건희 회장이 이렇게 일찍 건강에 이상이 생길 줄은 몰랐다.
사회:이건희 체제 이후 삼성에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조돈문:삼성이 변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총수 일가의 경영권 세습 문제, 둘째,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물러나면서 약속한 1조원가량의 사회 환원 문제, 마지막으로 무노조 경영과 관련한 문제다. 셋 가운데 다른 건 시간이 걸리는데 즉각 할 수 있는 것은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다. 삼성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진정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무노조 경영 방침을 당장 폐지하고 노동기본권을 인정한다는 선언을 하면 된다. 한국에서 노동자들을 백혈병으로 죽게 만들고 노동 3권을 보장하지 않아 자살하게 하면서, 유럽에서 의료기기를 판매하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하면 말이 되느냐. 그러지 말고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와 같이 생명을 존중한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다. 무노조 경영 방침 등 변화 없이 이건희 이후 체제가 지속된다면 우리도 국제적인 소비자 운동단체 등과 결합해서 전 세계 운동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
조건준:21세기를 살자고 삼성에 말하고 싶다. 전근대적으로 노동권을 부인하면서 관리는 현대적으로 한다. 무노조 경영을 폐기해 한마디로 '구건희 새재용' 체제가 되기를 바란다.
고제규 기자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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