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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삼성에서 '이거' 하려면 목숨 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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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6-16 18:07 조회2,5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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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이거' 하려면 목숨 거십시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연속기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한끼를②


2014년 5월 28일 삼성본관 앞에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10여 일 동안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들고 찾아온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인정과 자살한 염호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삼성이 질 것을 요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중이었죠. 맨 바닥에서 침낭 하나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길거리에서 변변한 반찬없이 식사를 했던 노동자들에게 28일 연대한마당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길에서 잠을 자야 하며, 길에서 식사를 해야 합니다. 특히 700여 명이 식사를 하다보니 하루 1000만 원이 넘는 식대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편히 먹는 것이 여전히 절실합니다. 연대의 손길은 28일 하루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합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자는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런 제안의 의미를 담아 각계 각층에서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글을 게재할 계획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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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조 조합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염호석 열사정신 계승 경찰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시신 탈취 만행을 규탄하며 경찰청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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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시신 탈취

부자동네 강남 한복판인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25일째 기약없는 노숙농성투쟁을 이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 가전제품과 PC, 스마트폰을 설치하거나 수리하는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입니다. 이들이 전국에서 모인 이유는 동료가 너무나 억울하게 죽어갔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17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염호석씨는 더 이상 누구의 희생이나 아픔도 보지 못하겠다며 조합원 아버님의 병원비 마련을 당부하면서, 노조의 투쟁이 승리하면 자신의 유골을 정동진에 뿌려달라는 가슴 아픈 유서를 남기고 생을 저버렸습니다. 작년 7월 노조가 만들어지고 난 후 3번째 발생한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그 직후 믿기 힘든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물리력을 앞세워 시신을 탈취해간 것입니다. 심지어 유골함까지 빼돌렸습니다. 저도 경찰이 자결한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빼앗아간 현장에 있었습니다. 조문을 갔다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셈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이렇게는 죽은 동지를 보낼 수 없다는 아우성이 도처에서 터졌습니다. 이게 경찰이 할 짓이냐고 저도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장례식장을 폭력적으로 침탈하다뇨. 유신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한낮에 벌어졌습니다. 인간의 마지막 예의까지도 짓밟아 버린 만행에 피가 거꾸로 솟구쳤습니다. 오죽하면 경찰의 폭력 침탈을 보다 못한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이 옷을 훌러덩 벗고 나신으로 항의하기까지 했습니다. 온몸으로 저항했지만 서글프게도 막지 못했습니다.

위영일 지회장과 라두식 부지회장이 병원 로비 바닥에 주저앉아 서로 부둥켜안고 한탄하면서 우리 모두 같이 죽자고 절규했습니다. 조합원들 사이로 흐르던 그 무겁고 비통한 기운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70년대로 회귀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 열사 시신 탈취 사건이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의 가슴에 어떤 상처로 남아있을지 가늠조차 안 됩니다.

다만 염호석 열사의 절절하고 소박한 유지가 엔지니어 모두의 열망이 되었습니다. 이런 울분을 안고 염호석 열사의 유지를 받들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바벨탑처럼 거대한 삼성전자 본관으로 엔지니어들이 모인 것입니다.

21세기에도 노조 하려면 목숨 걸어야 하나

21세기에도 삼성에서 노조를 하려면 목숨까지 걸어야 합니다. 헌법 33조에 정한 노동3권 보장에 따라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한 것이 무슨 죽을 죄인가요. 대한민국의 노동자라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공장에 다니든, 중소영세기업에 다니든 상관없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창업주의 전근대적인 무노조경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그룹 앞에선 헌법도 멈춥니다. 무노조경영은 명백한 위헌이고 불법입니다. 삼성그룹이 우리나라에 발붙이고 있으려면 가장 먼저 준수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침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노조 탄압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삼성의 무노조, 반노조 입장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는데도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S그룹 문건에서 밝혀진 것처럼 삼성의 노조 탄압은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이면서 치밀하고 끈덕집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삼성은 사죄하긴커녕 노조를 공공연히 부정하고 있습니다.

삼성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유니폼을 입고 삼성 제품을 다루는 것이 직무인 엔지니어들이 노조를 만들어 교섭하자 하니 나몰라라 합니다. 우리 식구가 아니라고 내팽개칩니다. 중간에 사내하청격인 센터들을 끼워놓고 실질 사용자인 삼성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막중하고 당연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한민국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헌법을 무시하고 오히려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천문학적인 초과이윤을 착복해온 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부끄러운 치부 중 하나입니다. 삼성은 안전장치도, 제동장치도 없이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가 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괴물입니다.

또 하나의 세월호, 무노조 삼성

병상에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둘러싸고 말이 많습니다. 이승엽 선수의 홈런 소식을 듣고 눈을 떴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참 기막힙니다. 삼성그룹 총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깨알같이 보도하는 그 많은 언론이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 소식은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재벌 회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목숨값이 다른가요.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인간다운 삶을 갈구하며 처절한 투쟁을 감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도 힘겨운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혀 고통받고 있습니다. 백혈병에 대해 사과했듯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 경영진이 불법적인 무노조경영에 대해 사죄하길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것일까요.

삼성의 비정규직 남용, 특히 헌법까지 무시하면서 노조를 부정하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채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모습에서 또 다른 세월호를 봅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으로 희생된 분들과 삼성그룹의 노조탄압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면서, 생명과 안전을 비롯한 노동인권을 지키고, 노동자 개개인이 자존감과 보람을 가지고 노동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나갈 주체인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인 황유미양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노동조합만 있었더라면 달라졌을 거라고 말씀하시곤 했듯이 무노조 삼성의 그늘엔 죽음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고객과 동료를 버리고 도망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대다수 비정규직 신분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일터에서 자기 직업에 대한 자존감과 소명의식을 갖기란 어렵습니다. 존중받지 못한 노동자가 자신의 일에 보람과 사명을 가지고 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도 온당한 연대 의식과 책임감을 갖기보단 주어진 기득권에 안주하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자기 목숨이 달린 그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던 그 비인간의 이면에 수심(獸心)이 있는 게 아닙니다.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판단 기준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걸핏하면 사람 목숨조차 비용으로 환산되는 한국 사회의 생명 경시와 안전 불감증이 숨어있고, 돈 중심 물신주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나만 살고 보자는 이기주의가 깔려있습니다. 돈벌이만 되면 생명과 안전은 뒷전인 채 불법이 용인되는 한국 사회의 천박한 관행과 인식이 가감없이 스며들어있습니다. 무노조 삼성도 이런 우리 사회의 자화상에 다름아닙니다.

우리 사회 공공의 적이 된 삼성 재벌에 맞선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투쟁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생존권 투쟁이자 불법을 바로잡는 투쟁이고, 비정상화된 한국사회를 진짜로 정상화하는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그간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노조 탄압과 피해당하고 죽어간 노동자들에 대해 사죄하고 무노조경영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그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도록 깨어있는 시민들이 함께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나눔이 살림이고 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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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양산 분회장 고 염호석씨의 죽음을 계기로 지난 5월 19일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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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명이 집단농성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을 보면서 비정규보호법을 악용해 집단해고의 빌미로 삼은 이랜드 자본에 맞서 싸운 2007년이 떠오릅니다. 아시아 최대 대형유통점인 월드컵 홈에버점을 점거농성한 첫 날, 1000여 명에 달하는 농성 인원의 먹거리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도리없이 조합원들에게 문자로 도시락을 각자 싸올 것을 투쟁지침으로 전달했습니다.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집에서 준비해온 갖가지 밑반찬과 다양한 밥종류로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고 조합원들의 수다가 어우러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투쟁에 연대한 동지들이 맛난 식사와 흥겨운 분위기 때문에 일부러 월드컵 농성장을 찾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습니다.

3주간의 농성 기간 동안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농성장에 연대했습니다. 외국에서까지 투쟁기금이 답지했고 음식과 물, 의약품 등 정말 다양한 후원물품들이 농성장에 쌓였습니다. 연대하고 나누는 가운데 유통업에서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 문제의 실상이 전국적으로 낱낱이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그 농성투쟁 기간 해방구가 된 농성장에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자존감을 되찾았습니다. 단결과 나눔과 연대 속에서 활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그 힘이 510일의 장기파업을 버틴 원동력이 됐습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먹거리를 나눔이 연대입니다. 십시일반이라 했습니다. 그 나눔이 사람을 살립니다. 전태일 열사가 청계천 봉제공장 여공들에게 건넸던 풀빵,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에게 광주시민들이 건넸던 주먹밥에서 새로운 세상의 맹아가 싹텄듯이, 무노조삼성 왕국의 한켠을 허물며 힘겹고 고달프지만 당당한 노동자로 거듭난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의 농성장에 찾아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밥 한 끼 나누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슈퍼갑인 자본의 탐욕을 앞세워 무한경쟁으로 치달아오다 사람 생명조차 경시되고 정의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 무노조 삼성을 바꾸면 내 삶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는 노동자들의 믿음과 열망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을 응원해주세요.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의로운 싸움이 꼭 승리할 수 있도록 힘보태주세요. 무노조 삼성에서 더 이상 노동자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연대해주세요. 자본과 불의를 넘어, 한국 사회를 인간답게 바꾸는 한 알의 밀알로 함께 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입니다.,채팅 | 데이트 | 소개팅| 러브투나잇 | 친구찾기 #여친구함 #성북조건 #송파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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