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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삼성전자서비스 문제 보도 형태에 대한 논평] 여전히 인간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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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5-27 12:22 조회2,5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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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인간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한 언론

지난 5월 17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 분회장 염호석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013년 7월에 설립되었다. 노조 설립 1년도 안 되어 자살한 조합원 2명, 과로사 1명 등 모두 3명이 생명을 잃은 것이다. 염 분회장은 ‘무노조 삼성 신화’에 도전하여 저임금과 인간적 모멸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도 잠시, 계속되는 회사와의 싸움에 힘들어하는 조합원들을 더는 보지 못해 떠난다는 말을 남겼다.
고인은 노조가 이기면 그때 장례를 치러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또한 고인의 아버지와 생모가 각각 장례관련 일체의 문제를 노동조합에 문서로 위임하였다. 한편 그 다음날인 5월18일 노조와 고인의 아버지 간에 장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던 중 느닷없이 경찰이 장례식장에 난입해 시신을 탈취해갔다. 경찰은 고인 아버지의 시신인도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사자인 고인의 아버지는 현장에서 경찰 병력 철수를 분명히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과정에서 최루액을 난사하며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항거하던 27명을 연행하고 노동자 염호석씨의 시신을 탈취해 갔다. 경찰은 슬픔에 잠긴 동료 노동자들을 향해 마구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은 ‘해 뜨는 정동진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유골함을 돌려달라는 고인 생모에게까지 최루액을 뿌리며 폭력을 휘두른 경찰의 행태이다. 이어 경찰은 시신탈취에 항거하던 라두식 수석부지회장을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한 데 이어, 유골탈취와 경찰폭력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삼성본사를 방문하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위영일 지회장과 김선영 영등포분회장을 연행해 구속했다.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경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이처럼 국가공권력을 마구잡이로 행사한 행위는 명백한 국가폭력이며 이는 반드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10개 종합 일간지, 6일간 총11건 보도했을 뿐
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시각과 행태는 더욱 절망적이다. 고인과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표면상 계약된 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들은 실제로는 무노조 삼성의 위장도급업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한 회사에서 노조 설립 1년도 안 되어 세 사람의 조합원이 자살, 과로사 등 비정상적으로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유언을 무시하고 그 주검과 유골까지 경찰이 탈취해가는 비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 사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외면하거나 소홀하게 다루고(10개 종합 일간지 중에서 경향신문 4건, 세계일보 1건, 한겨레신문 4건, 한국일보 2건 등 총 11건이 간략하게 보도되었을 뿐임), 심지어는 왜곡하여 다룸으로써 고인의 명예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슬픔에 잠긴 고인의 가족과 동료들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가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패륜에 가까운 보도행태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는 이 사안에 대해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왜곡보도이다. 조선일보는 ‘억울한 노동자의 자살’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사옥 앞 시위로 인해 시끄럽다”는 엉뚱한 보도로 이 사건을 대치했다. 김승범이라는 기자가 작성한 조선일보 기사 <구조조정 맞물리며 시위 집중… 단골 집회장소 된 삼성타운>(5/23, B3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22일 오전 8시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 출입구 앞, 마이크를 든 남성이 “투쟁”이라고 외치자 바닥에 앉아 있던 400여 명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의 직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입니다. ‘임금 인상’과 ‘삼성의 노조 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사옥 앞 2개 차선까지 점거한 채 19일부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는 삼성 사옥 앞 시위만 언급되었을 뿐 염 씨의 자살과 삼성전자서비스의 행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그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서초동 삼성 사옥 인근이 시끄럽다는 점이 기사의 핵심이다. 이 기사는 이어서 삼성이 ‘먼저 신고 된 집회 우선’이라는 법을 이용해 사옥 앞에 미리 ‘에너지 절약 또는 환경보호 캠페인’을 신청해놓는 바람에 한 때 삼성 타운 앞은 ‘시위․집회의 무풍지대’였다고 회상한다. 이어 이 법과 관련하여 노조가 삼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삼성 사옥 앞 시위가 크게 늘었다며 아쉬워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누구든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회사의 업무까지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삼성 관계자의 발언을 담았다.
무엇보다 이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구조조정 맞물리며 시위 집중’이라는 표현을 담고, 결론에서도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노동계의 시위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다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한 비정규노동자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고인이 원한 장례마저 치르지 못한 채 사후에도 시신이 탈취되는 등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이에 항의하며 동료 노동자들이 벌이는 시위를 바라보는 기자의 시각은 참으로 한가하고 비인간적이다. 인간 생명의 가치는 거대기업 삼성의 사옥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반사이익을 챙기려고 집회를 하고 있다는 이 조선일보 기사는 차라리 패륜에 가깝다.

JTBC 이외의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전혀 보도하지 않아.
방송은 더 했다. 지난 17일 이후 JTBC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잇단 죽음…왜?>(18일, 17번째 보도, 구석찬 기자)에서만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JTBC는 염 씨의 죽음과 유서 내용을 전한 뒤, "염 씨가 소속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그동안 삼성전자 측에 성실교섭 촉구와 건당 수수료 폐지, 월급제 도입,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투쟁해왔습니다"라고 기자멘트했다. KBS, MBC, SBS, YTN, TV조선, 채널A는 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과 시신탈취라는 믿기 어려운 이 사건에 주목하지 않았다. 지금 세월호를 겪으며 언론사 특히 방송사 보도가 ‘참사’ 그 자체라고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노동, 빈곤, 인권 문제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다 접어두고 날씨, 먹거리, 스포츠, 화제가 되는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방송뉴스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인가?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에서 일하던 한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탄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이 이 사건에 주목하지 않는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이틀 전인 5월 15일 한겨레신문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문제를 3단 크기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근무시간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비수기엔 평균 월급이 130만원으로 기름 값을 빼면 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협력사로부터 교섭을 위임받은 경총의 불성실한 태도로 지난 1월 첫 파업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계속 시간끌기만 이어졌다. 이러한 사실을 언론이 제대로 알려주면서 삼성의 적극적 교섭을 촉구했더라면 한 노동자의 생명이 그렇게 무참히 버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언론은 인간의 생명보다 삼성으로부터 받는 광고비를 택했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가 인간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황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위장된 겉말 일뿐 진실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광고주 삼성 앞에서 언론은 애완견이며 어떤 패륜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있는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
보도하라, 노동자의 죽음을, 그의 명시적 유언에 반해 그의 시신을 탈취해 가고 또 유골까지 탈취해 간 경찰폭력 문제를, 그리고 평화적으로 저항한 것을 이유로 노조 간부 3명을 구속해 버리는 검찰과 법원의 편파적 공권력 집행을, 또 삼성의 위장도급과 부당이익 의혹을, 보도하라. <끝>

2014년 5월 26일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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