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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아시아경제 반올림 때리기, 저널리즘 기본도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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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9-29 15:41 조회2,4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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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반올림 때리기, 저널리즘 기본도 무시
[삼성 보도 비평] 활동가-피해자 편가르기… 삼성 진상조사·재발방지엔 침묵
[0호] 2014년 09월 25일 (목) 경제 민주화를 지향하는 언론인 모임 media@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은 ‘경제 민주화를 지향하는 언론인 모임’에서 선정한 ‘삼성 보도 Best&Worst’를 연재합니다. 월간 단위로 삼성 관련 보도를 모니터하고 가장 주목할 만한 기사와 최악의 기사를 각각 선정합니다. <편집자 주>

삼성 백혈병 피해자의 존재를 최초로 세상에 알린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지킴이)은 언론의 입장에서 불편한 존재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되는 지난 7년간 반올림의 삼성을 상대로 한 지난한 투쟁과정에서 언론은 반올림의 ‘적극적 우군’이 되지 못했고 기껏해야 ‘소극적인 방관자’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수행해야 할 언론이 반올림의 외로운 싸움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언론종사자들이라면 다들 짐작하실 터이니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지난 5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백혈병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성실교섭을 약속했을 때 언론은 ‘반짝 관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연유로 반올림의 존재는 언론의 ‘원죄’가 되었고 반올림의 존재가 부각될수록 언론은 그 원죄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최근 반올림에 대한 부채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대다수 기자들의 나약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반올림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용기 있는 언론’이 나타났다. 국내 종이신문 시장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사이 온라인 뉴스시장을 발 빠르게 겨냥해 공격적인 경영을 거듭하며 최근 한국일보 인수협상의 주체로 까지 거론됐던 아시아경제가 그 주인공이다.


▲ 아시아경제 8월 14일자

아시아경제는 8월14일(이하 온라인 게재일 기준)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족 목소리, 활동가에 묻혀버렸다>를 시작으로 반올림을 협상의 장애물로 지목하는 기사를 소나기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반올림을 협상의 방해꾼으로 대놓고 비난하기 시작한 시점은 8월13일 삼성과 6차 협상에서 반올림 협상단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한 직후였다. 피해자와 가족들 대표로 교섭단에 참여한 8명중 5명이 삼성이 제안한 기존의 보상안(협상에 참여한 8명에 대한 우선보상)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반올림이 피해자 전원보상, 사과, 재발방지대책 등 3원칙에만 매달리면서 협상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시아경제는 삼성의 기존 보상안 수용을 주장한 송창호씨의 인터뷰를 통해 ‘반올림이 피해자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활동가를 위한 단체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 아시아경제 온라인 8월 15일자

8월15일자 <반올림, 삼성 백혈병 피해자에 “의견 다르니 나가라”....누구를 위한 단체?>기사에서는 좀 더 직설적인 화법이 동원됐다. 반올림이 삼성의 보상안을 수용하자는 의견을 낸 5명에게 협상에서 빠질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기사는 “삼성과 협상이 있기 전 피해자와 가족들간 회의에서 반올림으로부터 ‘우리와 의견이 다르니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송씨의 발언을 반복해서 인용했다. 동시에 아시아경제는 ‘피해자를 협상단에서 배제하는 반올림이 과연 협상주체로서 자격이 있는 거냐’며 집요하게 반올림과 피해자 집단 간의 편가름을 시도했다.

아시아경제의 이 같은 ‘반올림 흔들기’는 언론보도의 기본원칙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정상적인 언론의 궤도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물론 삼성이 언론비판의 성역이 될 수 없듯이 반올림 역시 과거 삼성 백혈병피해자를 위해 아무리 공익적인 활동을 했더라도 협상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협상을 다루는 기사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다. 협상단 내부의 분열이 일어난 경우라면 분열의 양 당사자 간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해 독자들이 제대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아시아경제의 8월14일자,15일자 기사는 협상단 공식대표와 내부절차를 무시하고 삼성의 기본보상안 수용을 주장하며 협상장에서 독자행동을 한 송씨의 일방적인 주장만 전달했다. 아시아경제는 반올림이 비현실적인 협상안을 고집하며 당장의 협상에 참여한 피해자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한다고 비판했지만 반올림의 주장은 다르다. 협상과정에서 이미 밝힌 대로 근무기간과 진단병, 발병시기, 소속 등을 기준으로 내부 보상기준을 만들고 삼성전자가 이미 운영 중인 ‘퇴직자 암 지원제도’를 개선한다면 별도의 보상기구를 만드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이 많은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후 언론사가 판단하는바에 따라 합리적인 협상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게 기본이다.

아시아경제 보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반올림을 비판했다는 자체가 아니라 그 비판에 앞서 양측의 입장을 전달함에 있어 최소한의 균형마저 무시한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특히 반올림이 삼성의 보상안 수용을 주장한 피해자들을 협상에서 배제했다는 송씨의 주장을 최초로 보도한 8월15일자 기사는 반올림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민감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경제는 정작 반올림에는 제대로 된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송씨의 주장만을 근거로 단정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반올림이 ‘8월18일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기사 말미에 덧붙이긴 했지만 5명의 피해자를 협상단에서 배제했다는 송씨의 핵심 주장에 대한 반론은 기사 어디에도 없었다.


▲ 아시아경제 8월 18일자

아시아경제는 8월18일 반올림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피해자들과 기자회견을 한 당일에도 <삼성보상 수용 5명 빼버린 반올림의 ‘반쪽협상’>기사를 통해 또다시 반올림 흔들기에 나섰다. 기사 말미에 ‘송씨를 비롯한 5명의 가족들에게 협상단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없다’는 반올림 관계자의 반론을 짤막하게 인용보도 하긴 했으나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형식적인 반론에 불과했다.

더구나 8월18일자 기사에서는 “반올림 측의 목적이 피해자 구제인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며 반올림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반올림의 협상자세를 비판하는데서 더나가 반올림을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로까지 ‘낙인찍기’를 시도한 것이다.

아시아경제는 8월18일 이후에도 7차 협상이 진행된 9월8일까지 지속적으로 반올림이 협상이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 아시아경제 8월 26일자

제목만 훑어봐도 8월26일 <반올림 피해자 가족 “활동가들 협상할 맘 있습니까”> 8월27일 <홀로 장외 나선 삼성 백혈병 피해자 “반올림은 협상 주체 아냐”>, 8월30일 <“삼성과 직접 협상”....백혈병 피해자들은 왜 반올림과 결별했나> 9월2일 <‘자격논란’ 반올림, 삼성에 새협상단 통보>, 9월3일 <삼성 백혈병 피해자 “반올림활동가에 의견 묵살....삼성과 독자협상>등 반올림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기사들뿐이다.

반올림이 자신의 활동반경을 넓히기 위해 삼성이 받아들이기 힘든 협상안을 고집하고 협상에 참여한 피해자들중 우선 보상안 수용을 주장하는 5명의 현실적인 고통을 외면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이들 피해자들이 가족대책위를 구성해 삼성과 독자협상에 나섰다는 것이 이 기간 기사들의 흐름이다.

특히 9월17일자 ‘삼성 백혈병 협상 속도 내나...제3의 조정위원회 설립’기사와 9월18일자 ‘삼성 백혈병 협상 물꼬 텄다...제3의 조정위원회 설립합의’기사에서는 반올림의 부인에도 마치 조정위원회 설립에 협상주체들이 합의한 것처럼 제목을 뽑아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갔다. 제3의 조정기구는 삼성이 반도체와 협상을 하기 전 원했던 교섭방식에 가깝다.

이쯤 되면 아시아경제의 ‘반올림 흔들기’ 보도에 다른 의도는 없는지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아시아경제는 8월14일 이후 거의 매일 협상단 내부를 ‘활동가’와 ‘피해자’로 편가르기 하면서 지속적으로 반올림의 협상주체로서 자격을 문제 삼는 기사를 내보냈다.

아시아경제는 이를 끈찔긴 ‘기자정신’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기자정신이란 모름지기 진실을 은폐하거나 정의를 배반하는 권력집단을 향해 있는 것이다. 작은 말실수를 무슨 큰 건수를 잡은 것처럼 모욕을 주고 뒷다리를 잡는 것을 기자정신이라고 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반올림에 제보가 접수된 삼성전자 계열사의 피해자수는 233명에 달하고 이중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부문에서만 168명이 백혈병, 뇌종양,각종 암과 중증난치성 질환으로 고통 받다가 이중 70여명이 사망했다. 삼성 백혈병 문제는 단지 협상단에 참여한 8명의 문제로 끝날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아시아경제는 삼성과 반올림의 협상을 ‘우선 보상안’을 받을지 말지를 놓고 다투는 협상단 내부의 의견충돌의 문제로 축소 시키고 있다.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인정한 기본적인 취지는 언론이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있다. 아시아경제가 반올림의 협상자체를 연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정작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삼성 측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언론 자유의 본질적인 의미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협상의 기본원칙과 별개로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가중되고 있는 피해자의 현실적인 고통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협상이란 것이 양 당사자가 있는 것인데 협상 장기화의 책임이 마치 전적으로 반올림에게만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은 언론이 해서는 안 될 대표적인 불공정·편향보도다.


▲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와 반올림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반도체 사업장 산재인정 판결에 따른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반올림은 이미 9월3일 7차 협상에 앞서 삼성이 우선보상안 수용을 주장하는 가족대책위와도 성실히 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삼성이 보다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협상의 타결에 앞서 협상에 참여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을 할 생각이 있다면 가족대책위와 별개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반올림과 가족대책위를 별개의 협상주체로 인정할지 말지에 계속 모호한 태도를 보이다 가족대책위가 제3의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하자 이를 덥석 받아든 삼성의 태도는 누가 보더라도 국내 대표적인 기업집단의 온당한 태도로 보기 어렵다. 당장 시급한 보상이 절실한 피해자와 가족들을 ‘인질’로 삼아 반올림을 협상의 주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경제의 그 무수한 협상 관련 보도에서는 이런 상식적이고 초보적인 의문 제기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중용의 덕에 대해 언급하면서 ‘분노는 마땅한 때에 마땅한 대상에 대해 마땅한 기간 동안 마땅한 정도로 해야 이를 중용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경제는 자신들의 반올림에 대한 분노가 정말 마땅한 대상에 마땅한 기간 동안 마땅한 강도로 표출된 것인지, 혹여 분노해야할 대상을 잘못 찾고 있는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하지만 경언모가 이번에 삼성관련 언론보도를 모니터링 하면서 아시아경제의 보도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만장일치로 ‘최악의 보도’로 지목한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것은 현재 자본과의 관계에서 언론사들의 보도가 단지 소극적인 침묵을 넘어서 기업으로서 생존을 위해 정작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단계로까지 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심각한 자책과 관련이 돼 있다.

올해 1월 노동시인 박노해는 사진전 <다른 길>을 열면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한 기자들을 향해 “언론마저도 비즈니스가 우선시 되고 내부 정치가 작용하고 애써 만들어낸 가치 있는 것들이 잘려 나갈 때의 허탈감과 무기력감에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느냐”고 반문한적 있다. 그는 ‘사람들은 안 보는 듯 하면서도 다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아시아경제의 이번 보도가 어떤 배경에서 작성된 것인지 알길 이 없지만 오해를 살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박 시인의 말대로 사람들은 안 보는 듯 하면서 다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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