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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국익이 아닙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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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5-06-28 22:28 조회9,9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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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뉴라이트 계열의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엘리엇·삼성 분쟁이 주는 교훈'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한 일부 학자들은, 마치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찬성하는 것이 국익인 것처럼 주장을 펼쳤습니다.



저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속내가 당연히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편법부당한 방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 지배권을 몰아주는 행태를 눈감아주며 "국내 우량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정의"라뇨? 이건 기만적인 프레임입니다.



이재용의 사익은 국민의 이익도, 삼성의 이익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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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엇 "삼성 지배구조 개편 지지하나 합병은 불공정"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18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엘리엇은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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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에게 그룹 지배권을 몰아주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가 현저히 낮게 평가된 합병안을 통과시키는 것, 이게 우량기업을 보호하는 것입니까? 삼성물산이라는 우량기업을 보호하고 싶다면 오히려 삼성그룹 차원의 작전(?)을 통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현저히 낮게 평가한 합병 결의안을 무산시키는 것이 더 맞는 방법 아닐까요?



'삼성물산의 이익=국민의 이익'도 아니지만, 지금 벌어지는 사안은 삼성물산의 이익이 아니라 많은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해 이 부회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즉, 25일 토론회 참여 학자들이 지키려는 것은 이 부회장의 사익일 뿐입니다. 어떻게 '이재용의 사익=국민의 이익'이 됩니까? 



민간기업의 합병 문제를 국익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것부터 저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굳이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국익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이익입니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10% 넘는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인데, 국민연금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국민입니다.



그런데 지금 합병 비율은 자산 가치가 세 배인 삼성물산의 가치를 오히려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평가해 산정했습니다. 당연히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 가치, 즉 국민의 이익을 매우 저평가하고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국익이라고요? 굳이 '국익 프레임'으로 보자면 지금 합병 추진 방식은 국민의 이익, 즉 국익을 희생해 이 부회장의 사익을 추구하는 합병안입니다. 



저라고 외국계 투자자본인 엘리엇을 옹호할 리 있겠습니까? 엘리엇이 투자 자본인 이상 당연히 투자 차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죠. 이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정의와 재벌 개혁을 위해 나섰을 리 만무하죠. 하지만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양쪽이 다 문제가 있을 때 양쪽의 문제를 다 인식하고 바로잡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엘리엇=최악의 투기꾼'이라고 몰아세우며, 마치 삼성 이건희 일가의 이익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황당합니다.



애초에 엘리엇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데 누가 빌미를 제공했습니까. 부당한 방식의 합병 추진 때문 아닌가요? 문제를 저지른 이건희 일가는 괜찮고, 그 문제를 파고들어 이익을 챙기려는 엘리엇만 문제인가요? 이건희 일가의 행태가 문제없었으면, 엘리엇이 이렇게 파고들 여지도 없었습니다.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안은 20년 전부터 이건희 일가가 진행해온 3세 승계 프로젝트의 막바지 핵심 수순입니다. 3세 승계를 위해 64억 원의 증여자금으로 마련한 종잣돈으로 에버랜드 등 비상장계열사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워주고, 그 비상장 회사를 상장하고, 삼성물산 같은 그룹의 우량기업을 헐값에 먹어치우는 행태를 거듭해 온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아무런 세금도 내지 않고 불과 수십억 원의 종잣돈으로 최소 수조 원 이상의 지분가치를 확보하는 '재테크 신공'을 발휘했습니다.



이런 게 경제정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정당한 원리입니까? 건전한 자본주의는 자본의 건전성이 생명입니다. 따라서 극소수 지분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잘못된 지배구조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부당한 방식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해주는 합병 추진안이 국익일까요?



서민경제 숨 쉬려면, 재벌 개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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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된 삼성물산-엘리엇 법정 공방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해 제기한 2건의 가처분 소송에 대한 첫 심문이 열렸다. 사진은 이날 오전 법원에서 첫 심문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 삼성물산 측 김용상 변호사(왼쪽)와 엘리엇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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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여한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한국 최대의 우량 기업들이 국제 기업 사냥꾼들에게 약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직시하고 대응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경제정의"라고 발언했습니다. 이 분은 장하준 교수와 여러 번 공저를 내면서 외국 투기자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온 분인데요. 물론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우려는 이해합니다만, 그래서 이건희 일가의 이런 부당한 행태를 눈감아주는 것이 올바른 행태라는 건지 되묻고 싶군요.



장하준 교수는 이런 문제에 관해서 그동안 궤를 같이해온 분이니 장 교수의 견해도 듣고 싶군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견해를 가진 분들을 '좌파'나 '진보'로 분류하는 분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됩니다. 복지 강화를 주장한다고 해서 다 진보가 되는 건가요? 제가 볼 때 지금 이들 학자들만큼 이건희 일가가 반길 사람들은 없을 것 같군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서민경제가 어려운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삼성을 정점으로 하는 재벌 독식 구조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산업생태계가 질식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업도, 일자리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재벌 2세 때의 문어발식 확장을 넘어서 재벌 3세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지네발식 확장으로 이어지면서 빵집과 식당 사업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서민들이 숨 쉬고 살아갑니까? 기술과 다단계 불법 하도급과 불공정경쟁을 자행해 중소기업을 짓밟고, 대부분 주요 산업 영역에서 독과점과 담합을 일삼아 대다수 일반 국민인 소비자의 이익을 착취하는데 어떻게 서민 경제가 좋아집니까?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3세, 4세가 자신들의 지분을 훨씬 뛰어넘는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재벌의 사업영역을 확대할수록 서민경제는 더욱 악화됩니다.



미국, 독일, 일본 모두 우리의 재벌에 해당하는 트러스터, 콘체른, 자이바쯔(한국 재벌의 어원)를 해체하고 소득 격차 해소와 고속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대압착기(Great Compression)와 라인 강의 기적, 일본 경제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재벌 해체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건전한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자본 건전성과 경쟁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개혁을 하자고 하는데도 한국경제가 무너진다고 난리법석입니까. 재벌 개혁을 제대로 해야 산업생태계가 살아나고, 서민경제가 살아납니다. 세금 없는 지배권 승계를 막고,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기업 지배권을 행사하며,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게하고, 재벌의 전횡과 횡포를 막고 공정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굳이 따지자면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에 부합니다.



이것이 길게 보면 삼성의 각 계열사들을 위해서도 좋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한 번 보십시오. <월간조선>은 2015년 5월호 기사에서 삼성물산이 신규 수주, 특히 재개발·재건축 관련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이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기 위해 건설업계 1위인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수주를 기피해 실적이 급전직하하고, 다른 건설업체들 주가가 훨훨 날아갈 때 주가가 떨어지는 게 이게 삼성물산이라는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겁니까?



이 부회장의 이익은 국민의 이익도 아니지만, 결코 삼성의 이익과도 등치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재벌을 제대로 개혁해서 산업 생태계를 살리고, 서민경제를 숨 쉬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이익, 즉 국익입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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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케네디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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