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화려한 성과급! 삼성노동자는 인간의 권리를 배고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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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4-27 15:21 조회2,725회 댓글0건본문
[삼성 성과급 보도에 대한 논평]
화려한 성과급! 삼성노동자는 인간의 권리를 배고파한다
매년 이때 쯤, 초미의 관심사는 삼성에서 얼마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이냐다. 매년 수천만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삼성 노동자들의 모습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반도체 사업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2013년 실적을 바탕으로 연봉의 4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과장급의 경우 2000만원 이상 받게 된다. ‘성과급 잔치’ 보도를 보면 일반 노동자까지 몇 천 만원씩 받는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꼼꼼히 살펴보면 성과급의 수준은 임원들과 직원들을 모두 포함하는 액수다. 직원의 경우에도 고액연봉의 간부까지 포함해서 평균을 낸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이 받는 성과급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기업에 비해서 여전히 삼성노동자들의 임금총액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통상임금 문제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부분 기업은 기본급에 포함시켜 지급해야할 임금을 성과급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치 수천만 원의 ‘꽁돈’이 생긴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에게 당연하게 돌아갔어야 할 미지급 임금인 셈이다. 2006년 2월 2일 조선일보 보도에서조차 성과급을 제외하고 따졌을 때 삼성전자의 대졸 초임 연봉은 조사 대상기업 중 221위에 그쳤다.
또한, 삼성은 유독 성과급의 형태가 다양하고 복잡하다. 제아무리 삼성노동자라고 해도 기본급으로 살 수 없고, 심지어 다른 기업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낮은 경우도 있다. ‘화려한 삼성맨’은 낮은 기본급을 성과급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 성과급을 놓고 노동자 사이 무한경쟁을 하도록 조장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성과급을 모두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받는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회사 내 수많은 부서와 분야, 작업장의 부서별, 조별 등급을 매겨서 성과급을 차등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조건으로 노동자들은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당하고 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고, 반인권적, 비인간적인 인사조치와 노동탄압에도 저항할 수 없게 만든다. 실제 최근 한겨레 신문은 삼성반도체 생산라인에서는 조별 경쟁 때문에, 식사도 거르고 화장실 가는 것도 참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한겨레 2014. 1. 6)작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에버랜드와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는 고객의 비인격적 대우와 욕설을 감내해야 한다. 회사의 잘못된 방침으로 발생한 문제도 노동자가 처리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회사는 모른 체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받는 정신적 심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불만을 제기하거나 고객응대에서 불만사항이 접수된다면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전부 감내해야 한다.
삼성내부에 경쟁과 성과주의는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부인하게 만드는 악랄함이 있다. 여성노동자가 생리휴가를 쓸 권리, 몸이 아파서 조퇴할 권리를,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때문에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는 다른 사업장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내부경쟁과 성과주의는 삼성처럼 고액의 성과급을 미끼로 1년 내내 경쟁과 성과측정을 하는 곳에서는 '노동강도'를 넘어서는 또 다른 차원의 권리 억압적 요소인 것이 분명하다. 연말 성과급이 나로 인해 '우리'가 성과급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노동자들의 반인권 상황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는 삼성의 반노조 경영방침과 결합하면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반올림의 자료를 인용한 오마이뉴스 보도(2013년 12월 18일)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으로 의심되는 질환을 앓고 있거나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는 모두 138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망자만 해도 56명이다. 지난해 세상이 떠들석했던 'S그룹 노사전략'에는 매년 자살자가 00명 수준이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삼성 내부에 두 자리 수 자살자가 일상적으로 존재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극단적인 경쟁과 성과주의가 노동자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자료다. 이 두 가지 수치는 노동자들을 성과와 경쟁으로만 내몰면서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삼성의 경영방침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 사회와 언론이 눈여겨 봐야할 것은 삼성의 성과급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삼성의 성과급 속에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이 얼마나 실종되고 있는지 여부다. 화려한 성과급 잔치 뒤에서 여전히 삼성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고액 성과급 정책은 화려한 성과급보도를 통해서 삼성에 노조 없이도 고액연봉을 받는다는 허위의식을 퍼트려 세상 사람들과 삼성노동자들을 갈라놓는 교묘한 술수이기도 하다. 사실 삼성이 지급하는 성과급은 과장되고 포장된 측면이 크기도 하다. 다양하고 복잡하며, 임원 및 간부들의 성과급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며, 원래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할 통상임금을 후불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노동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과급이 아니라 '경쟁과 성과'의 이름으로 빼앗아간 '인간의 권리'다.
2014년 1월 17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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