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언제까지 백혈병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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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6-08-08 11:59 조회2,794회 댓글0건본문
[성명]
언제까지 백혈병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반도체․LCD 화학물질 제조업체 ‘한솔케미칼’ 노동자,
백혈병 투병 중 8월 3일 사망
故 이창언 님의 명복을 빕니다
삼성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화학물질 공급업체인 한솔케미칼 노동자 이창언 님(84년생)이 백혈병으로 8월 3일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창언 님은 한솔케미컬 완주공장에서 삼성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에 납품되는 전극보호제 및 세정제 등을 생산하는 업무를 해오던 노동자입니다. 근무 중 2015년 10월 백혈병을 진단받았고, 투병 중이던 2016년 4월 28일 민주노총 전북본부, 반올림 등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신청을 한 분입니다.
이창언 님은 산재신청 기자회견 당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값비싼 치료비와 주기적인 검사 비용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3살 된 딸과 이제 태어난 지 2주된 아들을 키워야하는데 이 아이들에게 아빠로써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줘야 할 시기에 딸아이를 안기에도 힘이 떨어져 나도 모르게 힘에 부쳐 벌벌 떠는 제 손을 보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만 갑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들 그리고 와이프 보기가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저는 저의 남은 인생의 절반이상을 그저 치료와 검사를 하며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이 살아야 된다는 것에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꼭 산재로 인정받고 일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이 병에 대한 치료만이라도 마음 편히 하여 아이들과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그의 이런 간절한 바람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의 늦장조사로 처리가 지연되는 동안 병세가 악화되어 2016년 8월 3일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부인과 세 살 된 딸, 갓 태어난 지 돌도 안 된 아이를 남기고 숨을 거두기까지 고인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특히 고인의 아버지께서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돌보느라 본인의 지병 치료를 미루어 위독해졌다는 소식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고인의 백혈병 사망에 대한 책임은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한솔케미컬 회사와 늦장 산재처리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근로복지공단에 있습니다.
故 이창언 님은 한솔케미칼에서 전극보호제, 세정제 등을 생산했고, 이 제품은 주로 삼성 등에 납품되어 반도체, LCD 생산 과정에서 쓰입니다. 안전장비와 안전교육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무슨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작업하였고, 이들 물질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화학용액이 눈과 피부에 튀고, 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삼성 등 구매처의 납품 요구에 맞추기 위해 월 100시간 이상 잔업과 밤샘노동 등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자주 찾게 되고, 10월 31일 백혈병으로 진단받게 된 것입니다.
잦은 감기 증상 등 몸에 이상을 느낀 이창언 님은 병가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지만 한솔케미칼은 이를 묵살했습니다. 백혈구 수치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서를 회사에 갖고 간 날(10월 30일)에도 회사는 이창언 님에게 밤샘 근무를 시켰습니다. 이창언 님이 산재신청을 접수한 뒤에도 한솔케미칼은 산재신청인 측의 현장조사 참여를 거부했고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등 작업 현장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도 산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를 외면했습니다. 지난 4월 28일 이창언 님의 산재신청 접수를 함께 했던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그리고 민주노총 전북본부를 포함한 21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근로복지공단에 백혈병 산재를 조속히 인정하고 전자산업 감시를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지만 3달이 넘게 지나도록 역학조사조차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가 투병으로 고통 받다 목숨을 잃는 동안 어떤 아픔도 덜어주지 못하는 산재보험제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삼성을 비롯하여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백혈병 등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진 노동자의 수가 100여 명입니다. 삼성반도체 고 황유미 님을 비롯해 여러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이 이미 수차례 법원으로부터 유해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공장에 납품하는 화학제품을 제조했던 고 이창언님의 백혈병에 대해 신속한 산재인정은 고사하고 역학조사 실시여부조차 결정을 지연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삼성반도체 직업성 암 등 산재신청 사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전문(역학)조사를 이유로 평균 2년, 최대 4년까지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고 이창언 님의 유족이 앞으로 산재인정을 받기까지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할지요. 피해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산재처리절차와 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윤창출을 위해서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업주, 그리고 이런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부와 주무부서인 근로복지공단의 태도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고 이창언 님의 유지를 받들어 신속한 산재인정과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한솔케미칼은 백혈병 발병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과 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하라.”
“근로복지공단은 故이창언님의 산재를 조속히 승인하라!”
“정부는 전자산업 전반에 만연한 노동재해를 감시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
2016. 8. 6.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전북시민사회단체(노동당전북도당, 더불어이웃, 민족문제연구소전북지부, 민주노총전북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전북지부, 민중연합당전북도당, 사회변혁당전북도당, 생명평화기독행동,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6.15전북본부, 전국농민회전북도연맹, 전북교육연대, 전북노동복지센터, 전북녹색연합, 전북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북예수살기,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주비정규노동네트워크, 정의당전북도당, 진보광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전주,군산,익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첨부>
4월 28일 산재신청 기자회견 당시 발표한 이창언 님의 편지
저는 2012년 1월 만28세의 나이에 전주 한솔케미칼사 전자재료팀에 입사하여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 발견시기인 2015년 10월까지 근무한 이창언이라고 합니다.
당시 늦은 나이에 한솔케미칼 정규직이라는 대기업에 일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고향을 떠나 홀로 먼 타지로 일을 하기 위해 한솔케미칼에 입사하였습니다.
첫아이가 태어난 무렵부터 제품의 출하량이 급격히 늘었고 그 출하량을 맞추기 위하여 거의 자는 시간 외 에는 일만하였습니다. 생산량도 불규칙하여 작업자의 근무시간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하루12시간 근무가 잦았고,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장시간 지속된 근무와 엄청난 작업량에 하루가 다르게 지쳐가고 있었고 둘째아이를 가진지 4개월 만인 2015년 10월 중순부터 몸에 반점이 생기고 감기와 같은 증상으로 동네병원을 다니다 증세에 호전이 없었습니다. 피검사를 해보니 염증수치가 높아 회사에 쉬기를 요청하였으나 근무를 더하라는 말에 그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종합병원에 입원하였고 하루 만에 염증수치는 더 많이 올라있었습니다. 입원 이틀 후 백혈병이 의심 되니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하라는 말을 듣고 서울 성모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의사의 진단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이라는 30대에 나이에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값비싼 치료비와 주기적인 검사 비용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3살 된 딸과 이제 태어난 지 2주된 아들을 키워야하는데 이 아이들에게 아빠로써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줘야할 시기에 딸아이를 안기에도 힘이 떨어져 나도 모르게 힘에 부쳐 벌벌 떠는 제 손을 보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만 갑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들 그리고 와이프 보기가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저는 저의 남은 인생의 절반이상을 그저 치료와 검사를 하며 일반인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이 살아야 된다는 것에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꼭 산재로 인정받고 일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이 병에 대한 치료만이라도 마음 편히 하여 아이들과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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