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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12호]편법상속을 위한 자본시장 왜곡의 역사 : 에버랜드에서 삼성물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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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6-12-26 14:35 조회2,7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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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상속을 위한 자본시장 왜곡의 역사 : 에버랜드에서 삼성물산까지
 
홍순탁(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 회계사)
 
20년 전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제3자 배정으로 시작되어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마무리된 이재용의 삼성 경영권 승계과정은 편법상속을 위한 자본시장 왜곡의 역사이다.
 
이재용이 최대주주가 된 에버랜드는 건설, 급식/식자재유통, 건물관리 분야에 진출했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회사가 성장한 것이다. 2010년에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이 상장되면서 회사규모가 한 단계 도약했다. 상장차익을 보험계약자에게 하나도 배분하지 않고 주주가 독차지하도록 한 결정의 혜택을 봐서 주식가치가 더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가치는 이재용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나오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에버랜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한 것도 이재용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설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투자여력이 부족한 에버랜드가 삼성전자와 동일한 비율로 투자한 것 자체가 이재용을 빼고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다. 좋은 사업기회를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회사가 가져가는 형태로, 국민연금공단 평가 기준으로는 에버랜드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는 원금대비 14배의 효과를 낸다.
 
에버랜드는 (구)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를 2013년 12월에 1조원에 사오는데 이것 역시 이재용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2014년 1월에는 에버랜드가 건물관리사업부를 에스원에 양도하는데 매각가격과 매각차익이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2014년 7월 제일모직 잔여사업부가 삼성SDI에 흡수되어 소멸되고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합병직전 이재용, 이건희, 이부진, 이서현 등 4명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은 전체의 42% 수준이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포기한 회사의 주주, 삼성생명의 보험계약자, 바이오 투자기회를 양보한 삼성전자와 (구)삼성물산 주주, 의심스러운 가격으로 사업부 거래를 한 (구)제일모직과 에스원 주주 모두에게 피해를 주면서 에버랜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그와 함께 이재용 일가의 부(富)도 증가했다.
 
합병의 다른 당사자인 (구)삼성물산은 그룹 경영권 상속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을 4.1% 보유하고 있었다. 시장가격으로만 8조원에 해당했다. 17% 보유한 삼성SDS 주식 가치도 3.5조원 정도는 되었다. 상장주식만 13조원이고, 비상장주식, 한화에 매각한 주식, 관계기업 투자 다 합하면 15조원 수준이었다. 보유한 주식가치만 해도 제일모직을 압도했다.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되는 영업실적도 (구)삼성물산이 제일모직보다 나았다. 차이가 적을 때인 2014년 연간 연결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구)삼성물산이 3배 정도 많았고, 2015년 1분기 기준으로는 그 차이가 8배까지 증가했다. 그런데 (구)삼성물산에 대한 이재용 지분은 없었다. 이재용, 이건희, 이부진, 이서현 등 4명을 모두 합해서 1.4%만 보유하고 있었다.
 
2015년에 진행된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그룹의 상속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다. 합병으로 탄생되는 통합 삼성물산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합병비율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이재용 일가의 지분율은 15% 이하가 될 수도 반대로 30%가 넘을 수도 있었다. 합병시점에서 두 회사에 대해 공정한 방법으로 기업가치 평가를 하게 되면 1대1의 합병비율도 산정되기가 어려웠다. 이 경우 이재용 일가의 지분율은 20%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었다.
 
의도적인 실적 축소와 국민연금공단의 이상한 매매패턴
 
2015년 상반기 (구)삼성물산 경영진은 국내 수주 포기, 해외 수주 미공시, 계열사로의 공사물량 이전 등의 방법으로 (구)삼성물산의 실적을 축소했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건설업종 지수가 28.7% 상승하던 상황에서 (구)삼성물산 주가는 나홀로 8.9% 하락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합병을 반대한 주주가 청구한 주식매수가격 결정판결에서 인정되었다.
 
합병 발표도 (구)삼성물산 입장에서 가장 불리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1대0.35라는 이재용 일가에 매우 유리한 합병비율로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의 합병이 이루어져, 이재용 일가는 통합 삼성물산에 대하여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다.
 
지분보유 상황으로 볼 때, 이재용 일가와 정반대의 이해관계에 있던 국민연금공단은 이상한 매매패턴을 보여주었다. (구)삼성물산 주식을 사는 것이 유리할 때는 팔고, 파는 것이 당연한 시점에서는 샀다.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국민연금공단의 매매패턴은 (구)삼성물산의 실적 축소와 함께 서울고등법원이 주식매수가격을 재산정하는 근거로 인정되었다.
 
합병에 대한 찬반 결정과정도 의문투성이
 
국민연금공단의 합병에 대한 찬반 결정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설치된 투자위원회가 찬성을 결정했는데, 투자위원회 구성을 보면 찬성 투표 직전에 3명의 위원이 교체되었고, 교체된 위원은 모두 찬성표결을 했다. 표결방식도 불합리하게 변경되어 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전문위원회 부의’를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합병시너지는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삼성측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여 매우 큰 합병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치 평가에 근거하여 국민연금공단이 산정한 1대0.46이라는 적정 합병비율도 매우 불공정하게 산정되었다. 같이 제시된 회계법인 2곳의 적정 합병비율에도 오류와 불공정한 평가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세 기관의 불공정한 평가결과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정하면 세계 최대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비슷한 수준의 적정 합병비율(1대1)이 도출될 수도 있었다.
 
투자위원회 회의에서 소수의 위원은 잘못된 합병시너지와 합병비율 검토를 근거로 논의를 찬성으로 유도했다.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는 합병비율을 상향조정하여 합병을 진행시키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나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로 재발 막아야
 
합병비율 조정에 따른 이해득실 계산은 적정 합병비율에 따른 예상 지분율과 실제 지분율의 차이에 합병이후 재상장일의 시가총액을 적용하여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한 계산방법과 적정 합병비율을 1대1로 추정할 경우, 이재용 일가는 3조원 이상의 이득을, 국민연금공단은 5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계산된다.
 
합병비율 협상은 제로섬 게임의 성격이기 때문에, 나머지 2조 5천억원의 손실은 기타 주주에게 귀속된다. 여기에는 외국인투자자도 있겠지만 직접 소액투자자,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자도 상당한 손실을 보았다.
 
삼성 이외에도 많은 재벌들이 3세, 4세 상속과정에서 같은 방식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자본시장을 활용한 편법 상속을 막기 위해서라도 삼성물산 합병과정의 문제점은 철저히 수사되어야 한다. 이 편법적인 거래를 통해 이득을 본 이재용 일가, 그것이 가능하게 도와준 국민연금공단 관련자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에 그러한 압력을 행사한 사람 모두 강력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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