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반올림- 5차 교섭의 결과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 : 삼성의 문제해결 의지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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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킴이 작성일14-07-31 13:07 조회3,37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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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교섭의 결과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 “이미 잘하고 있다는 삼성, 문제해결의 의지가 의심스럽다”
30일(수) 오후 2시, 반올림과 삼성전자의 제5차 교섭이 열렸다. 앞서 양측이 합의한 대로 지난 교섭에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부터 진행하였고, 삼성의 요청에 따라 「보상」 논의 먼저 한 후 「사과」 논의를 이어갔다.
[1] 「재발방지 대책」에 대하여
“종합 진단을 받는 것 외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보 공개ㆍ외부 감독 등은 이미 잘하고 있다.” vs.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발생원인ㆍ배경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교섭에서 삼성은 “‘종합 진단’ 외의 요구안에 대하여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검토의견을 가져오기로” 약속하였다. 반올림이 재발방지대책으로 요구한 것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에 관한 종합 진단을 받을 것(요구안 제4항)’ 외에도 크게 세 가지가 더 있다. ①화학물질의 취급현황 등 노동자의 건강ㆍ안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요구안 제3항), ②사업장의 안전관리에 대해 상시적이고 주기적인 외부 감독을 받을 것(요구안 제5항 및 제6항), ③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을 것(요구안 제7항).
삼성은 약속한 대로 반올림의 요구안 중 재발방지대책 부분의 각 항목에 대하여 답변하였다. 반올림의 요구안이 전달된 지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듣게 된 답변이었다.
먼저 ‘①정보 공개’와 관련하여 삼성은 “이미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화학물질 정보의 제공은 법률로써 보장된 내용이며, 현장에 비치된 물질안전보건자료, 산재신청절차 등을 통해 이미 많은 부분이 공개되어 있다”고 했다. 반올림은 “삼성의 경직된 노사문화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은 법령이 정한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없고, 물질안전보건자료에도 영업비밀로 감추어진 부분이 너무 많으며, 그동안의 산재신청 절차에서 회사가 관련 정보를 수차례 은폐하였다”며 보다 적극적인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삼성은 ‘이미 잘 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만을 반복하였다.
또한 ‘②외부 감독’과 관련하여 삼성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안전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있으며, 지역 환경안전을 위해서는 지역소통협의회를 하고 있다”, “국가기관을 통해 다양한 외부감독을 받고 있어 충분히 객관적인 감사를 받고 있다”며 더 이상의 외부 감사나 상시적 감시기구 설치는 필요치 않다고 했다. 반올림은 “작년에 나온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종합진단 보고서 내용만 봐도 안전관리에 굉장히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알아서 잘하고 있다고만 하면 되겠느냐”며 기존 요구안에 따른 재발방지책 마련을 거듭 요구하였으나, 삼성은 역시 ‘이미 잘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만을 반복하였다.
끝으로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충실히 준수할 것”이라고 답할 뿐, 위 내용을 문서화 하자는 요청에 대하여는 답변을 회피하였다. 노조 문제와 직업병 문제는 관련이 없다며“(노조가 있는)하이닉스 반도체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더 높다는 28일 자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기도 하였다. (한겨레의 보도로 인해 사회적으로는 ‘반도체 공장의 유해성’에 대해 다시금 각성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지만, 삼성은 해당 기사를 노조 무용론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관리 문제는 수백 명의 직업병 피해자들이 재직하였던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다. 작년에만 두 차례의 불산누출 사고(5명 사상)가 있었고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2000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실이 적발되었듯, 여전히 삼성반도체 공장들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 대하여 실시한 종합진단의 결과를 보면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조목조목 지적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화학물질 관리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거의 전반적인 활동에 걸쳐 관찰되고 있는데 ...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점이 최근 수년 동안 수차례 지적되었음에도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 근본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됨”[2013. 5.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대한 종합진단보고서, 35쪽] (이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주장으로 인해 상당 부분이 은폐되어 있지만, 일부 공개된 내용만을 검토하여도 여러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상황이 위와 같음에도 삼성은 “(산재)예방은 회사가 누구보다 관심이 큰 문제”라며 ‘이미 잘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만을 반복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지난 5월 권오현 대표가 공개적으로 약속한 ‘종합 진단’ 외에는 어떠한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 반올림 교섭단으로서는 크게 실망스러울 밖에 없었다.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삼성이 과연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병든 참사의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이라도 하였는지, 이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웠다.
[2] 「보상」에 대하여 “8명에 대한 보상 먼저 논의하자” vs. “산재신청으로 분명히 드러난 피해자 전원에 대한 보상 논의를 하여야 한다”
지난 교섭에서 삼성은 “반올림의 보상요구안에 대하여 검토해 보겠다”고 약속하며, 다음 교섭에서는 ‘산재 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의 정당성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대상자가 얼마나 되고 어떤 기준을 더 고려할 수 있는지 양측이 모두 검토해 보기로” 합의하였다.
그에 따라 반올림이 먼저 “산재 신청자 전원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였다.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나 미처 파악되지 못한 분들도 있으니, 최소한 신원과 업무이력 등이 분명히 드러난 산재신청자들에 대하여는 즉시 보상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산재 신청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회사로부터 회유ㆍ협박을 받았고 회사가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를 은폐ㆍ왜곡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입었으니 포괄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삼성이 “사회적으로 합당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하여서는, “결국 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따져 보자는 것인데, 업무환경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회사가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고 그러한 이유로 대부분 산재불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관련성을 따지자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고 하였다. “산재신청절차나 소송 과정에서 업무환경에 대한 자료가 다 제출되지 않느냐”는 삼성의 질문에 대해 반올림은 “회사가 제출하는 자료에는 영업비밀로 감추어진 부분이 너무 많고, 시간이 좀 지난 자료는 다 폐기해 버렸다고 해왔다.”며 산재소송에서 실재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 사례들을 언급하였다.
하지만 삼성은 보상안에 관하여도 결국 종전 입장을 반복하였다. 즉 “산재신청자 모두를 보상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며 “협상에 참여한 8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이에 반올림이 “보상 ‘대상’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가기로 하되 우선 8명에 대한 보상안이라도 마련된 것이 있다면 먼저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였지만, 삼성은 “우선 보상의 대상자를 8명으로 하는 것이 약속되지 않으면 보상안을 제시할 수 없다”고 하였다.
반올림의 보상요구안 중에는 ‘산재신청자’ 외의 피해자에 대하여는 삼성이 시행중인 ‘퇴직자 암 지원제도’를 개선하여 합당한 보상을 하라는 내용도 있다(요구안 제10항). 그러나 삼성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삼성의 의도는 교섭에 참여하는 8명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논의가 마무리된 후, 그 외의 피해자들에 대하여 보상을 할지 말지,보상을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할지 논의해 보자는 것으로 보인다. 교섭 참여 여부를 떠나 모든 피해자들에 대하여 신속하고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반올림 교섭단의 입장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3] 「사과」에 대하여 “이미 여러 차례 사과 했다.” vs. “내용 없는 사과로는 이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 교섭에서 삼성은 “(반올림의) 사과 요구안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가급적 항목별로 답변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번 교섭에서도 삼성은 항목별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이미 여러 차례 사과가 이루어졌다”, “논란의 소지가 큰 문제”라며 지난 5월 권오현 대표의 사과 내용만을 되풀이하였다.
반올림은 구체적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 “노동자의 산재인정을 방해한 점”, “이 문제를 제기해 온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에 대하여 폭언ㆍ폭행, 형사고소ㆍ고발 등으로 대응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가족들이 직접 경험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진술하여 위와 같은 사실들이 실제 있었음을 거듭 밝혔다. “안전관리 책임 소홀”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최근의 안전관리 문제들만으로도 직업병 피해자들이 근무하였던 10여년 전의 과거에는 더욱 심각한 수준의 안전관리 문제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 삼성도 반도체 백혈병 문제가 불거진 이후, 안전관리에 부문에 투자를 늘리는 등 주의를 기울였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끝내 반올림의 사과 요구를 거부하며,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위와 같은 사실들이 실제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우려를 하는 것인지를 물어도 답변하지 않았다. 교섭에 참여한 피해가족들은 “내가 겪은 일들이 분명히 있는데, 거기에 대해 사과해야 할 거 아니냐”며 “내용 없는 사과로는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 마치며
결국 제5차 교섭도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 되었다. 재발방지대책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처음으로 듣게 된 점 정도가 성과이겠으나,그 답변의 내용 역시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자 삼성은 「사과」와 「재발방지책」에 대하여는 “이미 입장을 밝혔다”며 더 이상의 논의가 없기를 바랐으나, 반올림은 “세 가지 의제 모두에 대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교섭에 임하는 삼성의 태도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면, ‘교섭에 참여하는 8명의 피해가족들에 대한 보상’ 외에는 그 무엇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발방지책」과 관련하여 ‘이미 잘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만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삼성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보상」과 관련하여도 삼성은 “되도록 많은 분들에 대해 보상 하겠다”고 하지만 논의를 거듭할수록 결국 보상 대상자를 선별하고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투병중이거나 이미 사망한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삼성이 주장하는 어떤 기준의 평가와 선별도 결국 거듭된 상처만을 줄 뿐이다.만일 삼성이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그들 모두를 차별 없이 보상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부디 다음 차 교섭 때 까지 삼성은 삼성반도체ㆍLCD 공장에서의 집단 직업병 발병 문제가 왜 발생하였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수년간 고통받아온 피해가족들의 마음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주기를 바란다.
2014.7.31.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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